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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산 서버는 쓰레기인가? (feat. Bias)
    내 생각 2022. 9. 26. 03:41

    최근 지인의 넋두리를 들었다.
    서버를 구매하는데, 팀원들과의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시장 점유 선두를 달리는 업체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견적을 받고 어떤 제품으로 구매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명 글로벌 제조사에 비해, 다른 기업의 제품 가격이 절반 가량 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업이 중국 회사였다. 그래서 대부분 반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 지인도 중국 제품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가격 메리트가 너무 컸기에 검토대상으로 얘기하였는데 아무도 따라주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중국 업체는 배제하자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산 제품은 값이 싼 반면, 품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동의하나, 서버는 이야기가 다르다.
    요즘의 서버는 대부분 x86 아키텍처 기반이기에 브랜드별 성능이나 기능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성능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왜냐면, 요구사항에 따라 A사나 B사 서버 모두 동일 벤더 사양의 파트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CPU는 Intel/AMD, 메모리는 삼성/하이닉스, 디스크는 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 GPU는 NVIDIA.. 를 통해 공급받는다. 제조사는 고객 요구사항에 맞는 사양의 파트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하여 자기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므로, 각 제조사별 서버 성능은 같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안정성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각 파트별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궁합이 다를 수 있기에 이런 이슈를 제조사에서 커버하게 된다.)

    그러므로, x86 서버는 흔히 중국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저품질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왜? 아키텍처가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립 PC와 동일 - 원하는 파트를 맘대로 구성) 그러니까, 흔히 생각하는 저가의 사무용품이나 액세서리, 또는 농산물과는 결이 다르다.
    다시 말해, 서버는 제조사 스스로 모든 부품을 생산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대부분의 파트 또는 핵심 칩을 전문 벤더로부터 공급받아 조립 생산한다. 그래서 품질 차이가 미미하다.

    업계 1,2위 하는 업체에 비해 후발 주자의 약점이라면, 낮은 서비스 품질 또는 엔지니어 역량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점이라기 보단 싼 가격에 대한 대가로 봐야 할 것이다. 가격이 절반 가량 밖에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효용성을 두고 저울질해야 할 일이다. 모든 게 싸고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Linux OS의 예를 살펴보면 서버를 바라보는 시각과 모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플랫폼 기업에선 상용의 Redhat을 사용하지 않고, 비용이 들지 않는 CentOS를 사용한다. CentOS는 이슈가 생기면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상용 제품을 쓰지 않는 이유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별로 서비스받는 것이 없다고 느끼고, 무엇보다도 담당자들이 스스로 해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x86 서버는 OS보다 이슈가 생길 소지가 훨씬 적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제 발생빈도는 높으나 문제의 대부분은 파트 교체로 해결된다. 파트 교체는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쉽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하드웨어 문제로 골치 아플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장애로 인한 원인 분석의 경우엔 제조사별 정확성이나 대응 속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러니까, 제조사의 서비스 수준이 구매자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효용이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슈의 발생빈도와 해결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고 가격 이점과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OS 이슈는 공급사에 기대지 않겠다는 생각을 흔히 하는데, 서버에 있어선 꼭 기술지원 사유를 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보면, 파트 교체 말곤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을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바꿔 말하면, 서버의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얼마나 자주 있었던가? 또한, x86에 대한 엔지니어의 기술력 편차가 얼마나 크고, 그렇게 크리티컬 한 사안이었던가? 이건 하드웨어니까 무작정 내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진 않았던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지인은, 메인 시스템이 아닌 분석 업무의 소규모 GPU 서버 도입 건이고, 그 브랜드가 AI 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기에 좀 더, 그 업체의 강점, 시장 점유율, 레퍼런스, 기술지원 등을 파악한 후 결정하자고 하였으나, 대부분 그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빨리 결론을 내었다고 한다.
    한 팀원의 한 마디에 모든 이유가 함축되어 있었다.

    "중국산을 쓰겠다는 것인가요?"

    그들에게는 이 하나의 문장으로 다른 많은 조건들을 검토해보지도 않고 배척할 수 있는 당연한 사유가 되었는데,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5천만 원짜리 제네시스 차량과 동급의 성능과 기능을 가진 일본 차가 절반 가격에 나온다면 구입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일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렉서스나 캠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왜? 다름 아닌 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당연히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감정과 별개로 현실 소비는 냉정한 것이다. 이 가격을 지불했을 때 나에게 얼마나 큰 효용과 가치를 가져다주는가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고 재편하는 것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레노버도 중국 제품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이 레노버 노트북을 사는데 중국 제품이라고 거부하는가? 별로 그렇지 않다.
    질문을 넓혀, 도입해서 잘 쓰고 있던 서버 제조사가 중국 회사에 팔렸다고 가정해보자. 그 이후로 그 제품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인가? 이미 품질과 서비스가 검증되어 불편함이 크게 없는데도?

    글로벌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중국산 제품은 안된다고 하는 게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다. (마치, 중국 공산당은 무조건 나쁜 놈! 러시아는 우리 편 아니야! 란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와 수출 교역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 없이 경제가 지탱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들이 우리의 반도체를 엄청나게 사가고, 우리 또한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없어 완성차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을 정도다. 예전과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Made in China 아닌 물건이 어디 있던가? 일반 가정에도 LG, 삼성이 아닌 중국산 가전제품 (선풍기, 공기청정기..)이 하나쯤은 있다. 이미 일상이다.
    혹여, 세계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중국산은 안 돼!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만일 판사가 수사 기록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고 언론 기사만 접하고 (저 놈 범인 맞네, 그런 심정으로) 피의자를 살인자로 단정해버리면.. 제품이 어떠한지 알아보지도 않고, 중국 제품은 다 저가이고 안 좋단 인식 하에 판단해버리면.. 기업이나 사회의 불이익/피해는 어떡하는가?
    이러한 생각은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인풋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소하면 충분히 알아보아야 한다.
    AI/ML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얼굴을 판별해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또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한 법이다. GPU 서버를 도입하는 이유가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잘하기 위함인데, 정작 그 하드웨어 선택에 있어선 데이터 수집 과정조차 배제되었다니.. 아이러니컬하다.

    개인적으로는 레노버 노트북도, 샤오미 제품도, 일본산 차도 거리낌 없이 사면서, 자기 주머닛돈이었으면 과연 충분한 숙의 없이 동일 품질의 제품을 두 배 가까이 지불해서라도 사는 결정을 했을까?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회사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제품 선정 과정에 관한 일화를 듣다, 뚜렷한 근거 없이 감정적인 판단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인간 사회 갈등의 한 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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