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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보다 출근이 나은 이유내 생각 2022. 2. 26. 03:35
팬데믹 초기 (2020년부터) 완전 재택근무를 1년 넘게 한 적이 있다. 집에서 문서 작업하고 줌으로 회의하고 가끔 고객사 방문하고..
처음엔 재택근무가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무실에서보다 훨씬 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회사에 나갈 땐 퇴근이라는 행위가 업무와 단절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는데 (집에 와선 웬만하면 노트북을 켜진 않았다) 집에선 그런 경계가 없어져(항상 노트북 ON) 이메일이 오는 즉시 응답하게 되어 업무의 연속성이 증가되었다. 그러니까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차츰 적응이 되어갔다. 일을 시도 때도 없이 하다 보니 업무 요청이 뜸할 땐 휴식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식사후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업무 시간 중 은행이나 병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즉, 밤늦게까지 일을 하더라도 근무시간 중 개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함이 생겼다. 또한 고객사들도 방문을 꺼려하면서 미팅이 줄어들었고 몸이 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업무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아직 미취학 아동이라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지 않을 수도 없고 잠깐 놀아주고 나면 다시 일할 땐 탄력이 붙지 않았다. 결국 아내가, 일할 땐 아빠 방엔 안들어가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그러나 또..
이번엔 아내의 요청사항이다.
아기 밥 좀 먹여라. 밥 다 먹음 양치시켜라. 응가 좀 닦여라. 청소기 돌려라.
물론 힘든 일은 아닌 자잘한 명령(?)들이긴 한데,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게 있었다.
‘이래서 회사를 나가야 해’ 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근을 하면 가정을 등한시할 수 있는 (다른 공간에서 어찌할 수도 없는)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에선 한정된 공간 내에서 움직임이 최소화되고 밖에 나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면 회사에선 동료들과의 소통과 점심식사 후 가벼운 운동, 담배 피는 사람들 따라나가서 눈 휴식을 취하는 등 많이 움직이게 돼서 좋다. 또 집을 나서는 순간 걷게 되니 뱃살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사무실 근무가 더 좋긴 하지만, 집에서 일할 때의 마음 한 구석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내가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이해한다. 옆에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것처럼 대하겠는가? 뭐라도 시키게 되지. (없는 존재처럼 여기면 그것도 서운할 일이긴 하지;;)
문제는 그런 일을 시켜서라기 보다, 아내는 내가 근로 활동을 하는 존재가 아닌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자원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즉, 일하는 장소만 바뀌었는데 나는 집에서는 정식 근무자로서 온전히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이 집에서 일하기 싫은 주요인이었다. ㅎㅎ
아내들은 이런 남편들 마음을 알랑가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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