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포트 수와 성능의 관계

스토리지 포트 (Port) 수가 많으면 성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어이없긴 했으나, 많은 엔지니어들이 포트 수량이 많으면 좋은 것으로 당연시하기도 하고, 또 고객의 요구가 심심치 않게 있다 보니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외, 특별한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트 수량이 많다고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포트별 성능은 전체 성능에서 나눠 쓸 뿐이다. 바꿔 말해, 포트 수량의 증가가 전체 대역폭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Front-end Port 수량보다는 전체 Port의 대역폭이 관건이다. 차선 (변기)이 많다고 해도 분기점에 이르러 좁아지면 최종 성능은 분기점 기준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포트 수와 성능

세상은 이미 Flash 시대로 바뀌어서 이제는 SATA 디스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차선이 많다 하더라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과, 차선이 적은 고속도로에서 막힘없이 달리는 것. 당연히 후자가 빠름에도, 새로 출시된 고성능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포트 수가 적어 겪었던 억울함이 떠오른다. SAN Switch를 통해 채널을 공유하는 구조에서 스토리지의 포트 수량은 제 성능만 발휘된다면 별 의미가 없다.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대중화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 포트 수량을 명시하여 요청하는 고객이 있는데, 대부분의 이유는 영업적으로 경쟁업체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공급업체에서도 초기 입찰 단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본사의 프로덕트 그룹에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다른 이유로는, 타 시스템과의 포트 혼용을 꺼리는 경우와, DAS (Direct Attached Storage)를 사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가끔, SAN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포트를 서버와 매핑시키길 원하는 고객이 있다. 예를 들면, 1번, 2번 포트는 A서버에, 3번, 4번 포트는 B서버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FC 채널을 서버별 분리/할당하여 직관적인 관리가 되고, 이슈 발생 시 영향을 특정 서버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약간의 관리상의 이유일 뿐,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간혹 DAS 구성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많은 포트 수를 원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연결해야 할 서버가 많으면 포트도 많이 필요한 법이니까. (DAS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다뤄보기로 한다. performance.tistory.com/41)


정리해보면, 많은 Front-end 포트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타 시스템과의 Port 혼용 꺼림
• DAS (Direct Attached Storage) 구성
• RFP 포트 수량 명시 - 벤더 입장

상기 중 성능과 관련된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올플래시 초장기, 포트가 적어서 억울(?)했던 제품은, 사실 구시대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포트가 적어도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빠른 스토리지였기에 단순 포트 수량으로 태클 걸 사안이 되지 못했다. 사람의 생각이 과거에 맞춰져 있어서, 그래서 틀린 것이었는데, 신기술에게 그걸 맞추라고 하는 형국이었으니...

아직도 RFP의 포트 수 요구사항으로 인해, 영업 사이드에서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경쟁업체 배제 이유가 아닌 경우)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능 이슈는 아니기에.
고객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고객이 한 발 늦게 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고객이 모르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왜냐면, 고객은 무식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 설득해야 한다.
벤더는 제품 판매자이자 서비스 제공자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비즈니스 안에 들어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