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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속도와 응답시간
    성능, 오해와 진실 2021. 1. 1. 21:33

     

    많은 사람들이 성능에 대해, "응답속도가 빠르다" 또는 "응답속도가 느리다"로 말한다. 그러면서, 단위는 ms (밀리 세컨드), us (마이크로 세컨드)로 표현한다. 즉, '초'로 쓰고 '속도'라 읽는다.

     

    흔히 범하는 오용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응답속도가 커져서 성능이 저하됨
    • 응답시간 저하, 사용자 불만 증가
    • < 1ms 응답속도

     

    속도는 크면 빠른 것이므로 성능도 높아져야 맞고, 응답시간은 작으면 성능이 좋은 것이므로 사용자 불만은 줄어들게 된다. 또, 시간의 단위를 사용하면서 속도라고 하면 서로 배치된다.

     

    수많은 산출물과 글에서 응답시간 대신 응답속도란 용어가 너무나도 흔하게 사용되고,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성능 전문업체의 매뉴얼에도), 하나의 글에서 (문서에서), 응답속도와 응답시간을 섞어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 당장 '응답속도'로 검색해보시라~)

     

    응답속도를 영어로 옮기면, Response speed (?)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IT에 수십 년 몸 담아 수많은 매뉴얼과 백서를 보아왔지만, 이 단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응답속도는 IT 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정확한 용어는 응답시간 (Response time)이다.

     

    그러면, 왜 이 잘못된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을까?

    아마도 '처리속도' 또는 '반응속도'로부터 기인하였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더불어, '스피드가 기술입니다'란 어느 광고 카피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급한 성격이 한몫했을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짧게 걸려?' 보다는 '속도가 빨라? 느려?'가 훨씬 더 직관적이고 쉬우니까. 특히나, IT에선 속도가 생명~

     

    하지만, IT 전문가라면 올바른 용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상대방을 전문가라고 느낄 때 가장 먼저 판단하는 요소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어떤 이와 대화를 나눌 때, 상대가 잘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느낌을 받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전문가들의 전문 용어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기에, 평범한 이론가인지, 필드에서 제대로 뛴 선수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SAP (에스에이피)를 '쌥'이라 말하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는 곧, '나는 SAP에 대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라고 자인하는 것과 같다. 설령, SAP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굳이 상대방에게 전문가가 아니라고 고백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제조 실행 시스템'이라 말하면, 이는 책만 본 사람인 것이다. 실무를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iPhone XR (아이폰 엑스알 X, 텐알 O), SAS Korea (싸스 코리아 X, 쌔스 코리아 O)의 경우도 비슷하다. 제대로 알고 쓰는지 아닌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즉, 정확한 용어의 사용은 전문성을 나타내는 기본이다.

     

    응답속도를 구어체로 사용할 땐, 어느 누구도 그 이해를 다르게 하거나, 못하지 않겠지만, 글로써 표현할 때는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응답속도는 정식 명칭도 아니며, 틀린 용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교과서에 없는 단어가 오남용 되지 않기를 바라며, 정확한 전문용어의 사용이 정착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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